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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의 제창
소쉬르의 "일반언어학강의"의 의의는 현대 언어학을 만들었다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쉬르는 언어학에 대하여 '언어기호의 시스템'으로서의 '언어(랑그)'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했다. 언어학의 연구대상이 '언어기호의 시스템'이라고 한 배경에는, 언어와 같이 의미를 만들어내거나 전달하는 '기호'란 필히 '언어기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분명 인간이 의미를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언어의 의미활동은 인간이 다양한 것들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중심적인 중요한 활동이다. 그러나 소쉬르의 생각으로는 인간은 그것만 갖고 의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인간에게 있어서 의미 활동을 담당하는 요소에는 언어기호 이외의 기호도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래서 소쉬르는 언어만이 아니라 언어 이외의 의미 활동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의미의 일반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언어를 연구하는 것이 언어학이라면, 그것은 더욱 광대한 인간의 의미활동 일반을 연구하는 학문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소쉬르가 제창 한 것이 '기호학(la se'miologie)'이라는 일반학이다. 언어학은 19세기에도 존재했지만 '기호학'은 20세기적인 의미로 소쉬르가 처음으로 제창한 것이다.
소쉬르가 "일반 언어학 강의"에서 '기호학'을 제창한 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다.
'언어란 관념을 표현한 기호 시스템이기에 문자법, 수화법, 상징의식, 작법, 군용 신호 등과 비교할 수 있다. 단 언어는 다른 시스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사회에 있어서의 기호 생활을 연구하는 하나의 학문을 생각해 낼 수 있다 ; 그것은 사회적 심리학, 다시 말해 일반적인 심리학의 한 부분을 이룰 것이다 ; 우리들은 그것을 기호학 (Se'miologie. 그리스어 seme^ion '기호'로부터)이라고 부를 생각이다. 그것은 기호가 무엇에서 생성되고, 어떠한 법칙이 그것을 지배하는지 알려 줄 것이다. 그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기에, 어떠한 것이 될지는 아직 모른다 ; 그러나 그것은 존재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 지위는 이미 결정되어있다. 언어학은 그 일반학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기호학이 발견하는 법칙은 언어학에도 적용될 것이 분명하고, 그리하여 후자는 인간적 사실과 현상의 총체에서 명확히 정의되는 영역에 결합될 것이다.'
위 내용에는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우선, '기호학'이라는 학문은 이제부터 수립되어야 할 학문이라고 예고한 점이다. '그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20세기의 학문과 지성에 있어서 '그것(기호학)은 존재할 권리를 갖고 있고', 앞으로 일어날 지식과 학문의 배치에 있어서 '이미 정해진' 장소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 강한 주장이 기술되어 있는 것이다.
소쉬르는 자신이 수립하려 한 새로운 언어학이라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성립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학문으로써 '기호학'이라는 것이 있어야 하고, 언어학이란 앞으로 성립할 기호학의 일부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기호'의 개념
소쉬르가 말하는 '언어기호'란 언어가 의미를 생성해 내는 요소이자 언어에 의한 의미 활동의 구성소(構成素)를 말한다. 의미를 생성해 내는 활동은 언어에 의해서만이 아니기에, 소쉬르는 의미 활동 전체를 고려하여 의미 활동을 구성하는 일반 요소를 '기호'라는 개념으로 지정한 것이다.
'기호(sign)' '의미작용(sifnification)'이라는 단어는 둘 다 '의미한다(signify)'라는 개념과 관련된 같은 계열의 말이다. 의미하는 것이 '의미 작용'이고, 의미를 생성하는 요소가 '기호'인 것이다.
소쉬르는 기호란 두가지 측면으로 성립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시니피앙(프 sifnifiant, 영 signifier)과 시니피에(프 signifie', 영 signified)', 즉 기호의 표현면과 내용면이라는 구분이다.
예를 들어 '말'(동물)이라는 언어기호가 있다고 하면 [mal]이라는 음의 조합이 '시니피앙'(기호표현)이다. 그리고 '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말]이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는데, 그 개념의 도식이 '시니피에'(기호 내용)이다. 소쉬르는 기호란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로 성립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의미하는 것으로서의 시니피앙이란 청취되는 음성이나 눈에 보이는 문자 처럼 물질을 파악하는 인식법, 즉 물질면에 있어서의 형식으로서 기호의 감성면과 지각면에 관련된 부분을 말한다. 그에 비하여 시니피에는 소리가 들리거나 또는 눈에 보이거나 하지는 않지만 머릿속에서 떠 오르는 것, 즉 관념면과 정신면으로 성립되는 형식이다. 즉, 시니피에는 의미되는 쪽, 지적으로 이해되는 부분, 개념적으로 이해되는 측면을 나타낸다. 그리고 시니피앙 시니피에라는 두 가지 부분이 표리의 관계를 만들어 기호라는 것을 성립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신과 물질의 틈에 있는 중간영역에 인간의 의미 활동을 성립시키는 '기호'의 활동영역이 존재한다고 소쉬르는 생각한 것이다.
(다음에 계속)